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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독일 할아버지들 때문에 울뻔 한 날, 신은 우리편인가? 아닌가?

by 캠핑카조아 루시 Campingcarjoa L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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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외곽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가려는 날, 도로로 튜비를 올렸는데 브레이크 잡을 때마다 뒤쪽에서 뭔가 투둑 거리는 느낌과 함께 브레이크가 밀리는 느낌이 났다.
그래 터질게 터진 거 같다.. 드럼 브레이크에서 새던 오일 쪽의 문제가 터져버린 것이다.

이 문제가 터지기 전 우리는 자가 정비를 하기 위해서, 드럼 브레이크 부품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받았고 브레이크 패드도 주문해서 받아 놓은 상태였다.
자가 정비를 하는 날,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기 위해서 타이어를 분리하고 패드를 교체하려는데.. 나사 하나가 풀리지 않아서교체하지 못했고,
대신 드럼 브레이크라도 교체하자라고 마음을 먹고, 유압재키로 차를 올리려는데.. 유압 재키가 오일을 내뿜으며 터져버렸다.
그래서 그날 브레이크 패드도 드럼 브레이크도 교체하지 못했고, 유압 재키를 구매한 후에 정비를 하자라고 결론을 내렸었다.

그런데.. 그 자가 정비 시도가 실패한 며칠 후.. 이렇게 드럼 브레이크 문제가 터져버렸다.
정비사를 찾는데 일전에 애를 먹었던 터라, 이번에는 어떻게 찾지?라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베를린 외곽 무료캠핑장에 주차를 해놓고, 차를 살펴보는데..
전기자전거를 타고 오는 할아버지가 독일어로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라고 물어보신다.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눈 후,
할아버지에게 “혹시 여기 근처에 괜찮은 정비소가 있나요?”라고 물어보니..

차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본 후, 문제가 생긴 부분을 보여달라고 한다.
우린 드럼 브레이크 쪽으로 가서, 현재 약간 고무 타는 냄새가 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밀린다며 몸짓을 사용해서 설명을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기다리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모든 대화는 독일어였기 때문에 우리는 구글 “대화” 번역기능을 사용해서 할아버지가 전화하는 내용을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자동차 보험 카드를 이용해서, 보험사에 전화해서 “여기 아주 멀리서 운전해 온 한국인 여행자가 있어, 뒷 브레이크가 고장 났는데 여기에 정비사를 좀 보내줬으면 좋겠어”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할아버지 자동차 보험에 관한 보험이었고, 보험회사였기 때문에 우리 차를 봐줄 수 없고, 정비사를 보내 줄 수도 없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었지만,
할아버지는 다른 곳에도 전화를 걸면서 “이렇게 멀리 온 여행자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 “라고 하는 혼잣말도 구글 번역기에 번역이 되어서 나왔다.
그때 마음이.. 찡 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면서 막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몇 분이 지나서 할아버지 친구분까지 오셨다 ㅎㅎ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서 할아버지 두 분의 건강이 걱정되었는데, 두 분은 추위에 개념치 않고 차를 둘러보고 여러 군데에 전화를 건 다음
기아 서비스 센터가 제일 희망이 높을 거라고 하시며 연락처를 적어주시고는 그렇게 굿바이 인사를 했다.

그다음 날 아침, 누가 문을 두드려서 나가보니 어제 만난 전기 자전거 할아버지의 친구분이다.
우리가 걱정이 되어서 아침이 되자마자 차를 들고 오신 거였다.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깬 우리는 “이게 무슨 일인가?”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기아 서비스 센터를 같이 가보자고 하시더니 마크를 데리고 가셨다.

그리고.. 결론은.. 기아 서비스 센터의 차고가 낮아서 우리 차를 봐줄 수 없다는 답변이었고..
이미 정비소를 찾기가 힘들거라 예상은 한 상태라 그리 낙담은 하진 않았지만, 약간의 스트레스는 조금씩 몰려오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이신 건지.. 아니면 어제 할아버지의 친구가 “이렇게 멀리서 온 여행자를 꼭 도와주고 싶은데..”라고 한 말에 마음이 쓰이신 건지.. 할아버지도 자신의 보험사에다가 전화를 건다 ㅎㅎ
그리고는 어떻게 된 건지 보험사의 정비사분? 이 오셨다 ㅎㅎ 당연히 차를 보고 좀 놀래하는 눈치였고, 브레이크 부분이 고장이 났다고 하니
자신은 브레이크 부품을 바꾸거나 하는 정비사는 아니라며, 정비소를 가는 걸 추천했다.

정비소 추천을 부탁드리니, 전화를 여러 군데 걸어서 정비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거기다가 할아버지도 추가 설명을 하시고 하니
한 정비소에서 지금 오면 차를 봐줄 수 있다고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차를 선두로 해서 우린 정비소에 도착했고, 할아버지가 정비사에게 막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은 항상 한국에서 차를 몰고 온 사람들인데, 먼 길에서 왔어~~ 그리고 폴란드로 간다는데 차가 이래서 발도 묶이고..
우리의 상황을 차분하게 하나씩 풀어서 말해주시는데, 사람들이 집중하게 할 만큼 대화를 잘하시는 분이었다.

덕분에, 정비사는 일단 뜯어서 보죠하고는 바로 차를 넣고 확인하기 시작했다. 드럼브레이크는 뜯어보니 이미 패드가 사망한 상태였다.


할아버지는 우리 옆에서 지켜보며 있어주시다가, 병원 진료 예약시간 때문에 가야 한다고 하시며 미안해하셨다.

그렇게 2일이 걸려 드럼브레이크를 고쳤고, 고친 날 튜비 안에 한숨 돌리며 앉았는데..
두 독일 할아버지의 따뜻한 선한 마음 덕분에 이렇게 정비소를 찾고 고치게 되었다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나오려고 했다.
처음 만난 날.. 날이 너무 추웠는데.. 거기에 상관 안 하고 전화를 계속 걸면서 도와주려고 하시고, 상대방이 차를 못 봐준다고 할 때는 계속 도와주고 싶은데, 왜 다들 안된다고 하니 속상해하시고..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알아봐 주시고..
으아.. 지금 글 쓰면서도 마음이 울컥한다.

추위가 강타한 이날 나는 아주 뜨겁고 따뜻한 두 할아버지의 마음을 전달받았다.
차가 한 달마다 고장 나서.. 나름 끙끙 앓고 하다 보니 몸도 아프고 그랬는데..
뭔가 이런 따뜻함을 느끼려고 그랬나 보다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들 덕분에 잘 고치고, 드럼 브레이크 이상 없이 도로에 잘 다니고 있다..

물론.. 여기서 오늘의 하루 일기가 끝난 줄 알았겠지만;;..
이 글 업로드 하기 전에.. 일이 또 있었지..
일주일 후 잘 다니다가 고속도로에서 타이어 와이어 끊어져.. 또 정비소를 갔다..
12월, 1월, 2월, 3월은 두 번이나 정비소행..
하.. 신은 우리 편이 아닌가?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한숨에 섞여서 나왔다.
정말 진짜로 몇 달 동안은 정비소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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