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J 루시의 캠핑카 세계여행

아프리카에서 은행잔고 0으로 버티다. 핸드폰 액정이 깨지면서, 한국 은행 접속 불가, 체크카드 사용 불가

by 캠핑카조아 루시 Campingcarjoa L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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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를 떠나던 날 캠핑카 물탱크에 물 채우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완전 나가버렸다.
이번에 떨어뜨렸을 때 충격이 컸는지, LCD 스크린 자체가 나가면서 핸드폰을 끌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일단 모로코에서 아프리카 아래로 내려가는 계획을 미룰 수도 없고, 핸드폰을 고치기 위해서 다클라에서 아가디르까지는 1,200km가 넘는 먼 길이라 다른 나라에서 핸드폰을 고칠 수 있기만을 빌면서 모리타니아로 내려갔다.
모리타니에서 삼성전자서비스를 찾아보았지만, 서비스 센터는 없었고 세네갈 다카르에 삼성서비스 센터가 있어서 일단 핸드폰 걱정과 은행앱 접속 불가에 대한 걱정은 뒤로 하고 다카르로 향하기로 했다.

하… 은행앱에 접속 못한 게 모로코를 떠나던 날이라 여행 시 사용하는 계좌에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여행 계좌에 돈이 없을 줄 몰랐다.
그래도 핸드폰을 고치기 전까지는 버틸 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당시 걱정은 안 했는데, 마크가 ATM기에 카드를 넣고 20만 원 정도 돈을 뽑으려는데 안 뽑힌다는 것이었다. 여러 시도 끝에 뽑은 돈은 50~80유로 사이라고 말해줬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70유로가 안 되는 돈을 뽑았던 것 같다. 그거 현금인출 하고 나서는 잔고 0원.

진짜 똥줄이 탄다는 게 이런 심정일까?


핸드폰 고치기 전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 아니, 지출을 없애야만 하는 상황.
일단, 튜비 기름값은 어쩔 수 없이 써야 하고 다카르에서 핸드폰 고치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을 예정이라 체크아웃 전까지는 캠핑장 비용을 내지 않아도 돼서 캠핑장 비용은 일단 나중의 걱정으로 미루고, 먹는 건… 슈퍼마켓에서 사 온 캔 음식과 모로코에서 들고 온 비상식량 (캔, 건조식품)으로 버티기로 했다.

첫날 이즈멜과 나탈리를 만나 밖에 나가서 밥을 먹긴 했지만, 그때 내심 속이 좀 타긴 했는데 내색하기가 그랬다.
다시 여행자를 만나는 것도 반가웠고, 밤늦게 혼돈의 도로를 운전해서 온 터라 식사 준비는 하고 싶지 않은 상태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졸라프치킨비용이 그리 비싸지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면서 신용카드, 체크카드 없이 수중에 현금 3만 7천 원만 딸랑 들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런 짓도 해보았지만 이번엔 정말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뭔 똥배짱인지는 모르겠지만, 환전도 안 하고 그냥 한국돈 3만 7천 원만 들고 한국 왔는데 부모님은 이 상황을 몰랐던 터라 나중에 듣고 “내가 키워도 널 너무 강하게 키운 거 같다 “라고 순화해서 말하셨다 ㅋㅋ )

하필이면, 아프리카 남쪽으로 떠나는 날 핸드폰을 떨어뜨려서 이렇게 일이 되어버리고, 여행하는 새로운 국가에 와서 잔고가 0원이라는 걸 알고..

우리의 여행기는 정말 다이내믹하다.


일단
첫 번째, 먼저 핸드폰을 고쳐야지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교통비를 제외하고 모든 소비비용은 줄이는 것!
두 번째, 다행히도 집을 들고 다니는 캠핑카 여행자라 버티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깐 버티기 작전으로 걱정을 많이 하지 않는 것! (이러다가 속병 날 수 있음)
세 번째, 슈퍼마켓 중에서 신용카드를 받는다면 그곳에서만 일단 장을 보는 것! (여행하다가 못 먹으면 또 더 서러우니깐)

이 세 개를 중점으로 해서 많은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 서비스 센터까지는 캠핑장에서 멀었던 터라, 택시를 타고 가야 했고 갈 때마다 편도로 2000 세파 정도가 들었기에 나름 괜찮았다. 그렇게 택시를 잡아서 삼성서비스 센터로 향했다.
약간 외지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곳에 삼성서비스 센터가 있었다. 삼성 서비스 센터에 들어가니 인포메이션에 있는 여자분이 약간 영어를 하신다고 했다. 다행히도 프랑스어 약간 영어를 약간 써서 의사소통을 한 후 14만 원 정도 되는 견적을 받고 진행하기로 했다.
월요일날이면 아마도 고쳐졌을 거라는 애매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오기 전에 전화를 해보라고 해서 그렇게 월요일 전화하고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대신 지불은 현금으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만한 돈은 일단 수중에는 없었지만 일단 핸드폰 고쳐지고 은행앱에만 접속할 수 있으면 돈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에 대한 걱정도 나중에 찾으러 올 때 하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고칠 수 있을 거란 이야기에 안도했고, 월요일이면 은행 앱에 접속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정말 정말 고마웠던 일이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그나마 걱정을 덜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튜브 구독하시던 분 중 채널 멤버십으로 오래 가입하셨던 부부 덕분이었다.

진짜, 신기하게도 인스타그램으로 연락 오셔서 부득이하게도 멤버십을 정지시켰다고 후원 따로 하고 싶다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신 것이었다.
핸드폰이 고장 나서 한국은행 접속 불가인건 마크와 나를 제외하고 아는 사람은 없었다. 성격상 문제가 일어나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고, 최대한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다 보니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내 성격이 이렇다 보니, 영상 보고 나서 말 안 했다고 혼나는 경우도 있고 서운해하는 경우도 많지만;;; 잘 안 고쳐진다.

여하튼 수익이 궁하더라도 원래는 괜찮다고 마음만 받겠다고 답을 하는데  이때는 정말 답이 없던 터라, 계좌번호를 알려드리고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었다.

진짜 살다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는데, 이번 일이 그랬다.

내가 상황이 안 좋은걸 텔레파시가 통했나? 아니면 신이 도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후원 덕분에 나는 잠시나마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심 걱정하던 일이 조금 풀리자,
이스멜과 나탈리에게 말했는데  “왜 말하지 않았었냐면서,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었는데, 잔고가 0이었다니! 다음에 어디 가서도 그런 일 있으면 꼭 말해!”라고 말해주는데.. 그 말이 타지에서 속 끓인 내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시기가 정말 좋게 우리를 항상 응원해주고 있는 구독자분의 따뜻한 후원덕에 잠시 숨을 쉬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그 옆에서 왜 말하지 않았냐며 다음부터는 꼭 말해!라고 말해주는 길 위의 여행자 친구까지 있으니 진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어떤 문제가 생기고 어느 순간 그 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게 된다. 그것을 해결하려고 신경을 쓰거나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모든 나의 생각은 다시 그것으로 돌아와 다른 건 잘 보이지 않게 되는데..
이번에 느꼈다.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풀어야 할 때 해결해야 할 때 그것에 집중해서 뚫어져라 보기보단 잠시 고개를 들고 돌아보면,
그렇게 인생이 그리고 삶이 문제만 풀어야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여행자로 산지 4년, 아직 한국은행앱 관련해서는 대체 방안을 찾지 못했다.
해외에서 한국은행을 접속하는 방법은 핸드폰인데, 핸드폰이 고장 나거나 도난당하면 정말 머리가 아프긴 아프다.
이번에 핸드폰이 고장 나서 마크 핸드폰으로 은행앱 다시 깔고 해 봤지만, 실패. 아이패드로 해봤는데 접속방법은 아이디 접속으로 가능하지만 이체가 안되서 실패.
아무래도 해외에서 한국은행 접속하는 데는 쉽지가 않다. 데이터 보안 등 보안 프로그램이 많이 구동되다 보니, 느린 인터넷 속도를 가진 해외에서는 은행앱 로딩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금융인증서니, 공동인증서니 무슨 인증서니 잡고 다시 깔려면 하루를 꼬박 보내게 된다.
성격 급한 한국인의 대표인 나는, 은행 관련된 것을 하려고 하면 정말 도 닦는 마음으로 한다 ㅎㅎ(웃고는 있지만 나에게는 인내심을 요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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