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J 루시의 캠핑카 세계여행

세네갈 다카르 택시 안에서 핸드폰 날치기를 경험하다

by 캠핑카조아 루시 Campingcarjoa L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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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여행할 때 대도시나 또는 수도에 운전해서 잘 안 들어가고, 외곽에 있는 캠핑장에 주차를 하고 대중교통 또는 걸어서 둘러보는데, 세네갈은 캠핑장이 손에 꼽힐 정도고 다카르를 나가면 다음 캠핑장소까지는 거리가 있는 편이라 다카르에서 고레섬도 둘러보고, 내 부서진 핸드폰도 고칠 겸 Zebrabar 캠핑장을 떠나 다카르에 있는 딱하나의 캠핑장소 CDV로 향했다.

다카르에 가까워지자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했고 고속도로를 타자마자 옆으로 바오밥 나무들이 보인다.
초록색의 나무들과 함께 괴기해 보일 수 있는 아무 나뭇잎도 없는 바오밥 나무들이 큼직큼직하게 서 있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속도로를 탔을 뿐인데, 정말 아프리카에 온 느낌이 제법 난다.
길지 않은 고속도로를 끝으로 다카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도로는 번잡했고, 세네갈 버스 뒤에 매달린 사람들 그리고 트럭 위에 올라타고 있는 사람들이 눈길을 끈다.
물론… 너무 위험해 보여서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인 터라 나는 마냥 신기해하며 버스 뒤에 매달린 사람들 트럭 위에 매달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CDV 캠핑장에 가까워지니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다.
주변에 공장단지가 있는 것인지 큰 트럭들이 줄지어져 있고 도로는 좁은 데다가 차는 많고 여기저기 차들이 새치기하는 터라 더 밀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행인 게, 이렇게 번잡하고 복잡한 도로에서 교통정리하는 경찰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조금씩 하다 보니 그나마 차들이 움직인다.
그러다가 마주하게 된 교통체증의 핵심포인트 원형교차로에 들어서니.. 트럭들이 막고 줄을 서 있다. 차는 밀리지, 트럭은 크지, 원형교차로의 도로는 좁지.. 카오스의 그 자체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는데, 교통정리하는 경찰이 원형교차로 중앙부에서 우리 보고 그대로 원형교차로 그 동그란 부분을 타고 올라오라는 것이다..

원형교차로가 그냥 페인트로 둘러진 게 아니라 동그랗게 단이되어 있는 곳인데.. 그냥 타고 넘어 오란다.
높은 단으로 인해서 멈칫했지만 빵빵거리는 클락션에 어서 올라오라는 경찰의 손짓.

모를 때는 그냥 흐름에 맡기는 게 좋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차를 원형교차로에 올린다. 그렇게 우리는 원형교차로를 그냥 가로질러 다시 소리를 내며 도로에 올라왔다.
혼란과 카오스가 가득한 도로에서 약간 멍해지긴 했지만, 아프리카라서 역시나 “어나더 레벨”이구나 하며 웃으며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캠핑장이라기보다는… 울타리 안에 있는 식당이었다.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주차하는 곳인 것 같은데 그곳에는 식당을 이용하는 차량보다는 오프로더 차량, 캠핑카 등이 모여있다.

CDV 캠핑장?의 모습 (아프리카 여행이다 보니 차량이 정말 오프로드용이 많다.)


이곳은 음식 맛집이라기 보단 오버랜더들에게 인기가 있는 캠핑장소인 것 같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차량이 보인다.

그렇다! Zebrabar에서 만났던 나탈리와 이스멜이다.
이 친구들은 Zebrabar 캠핑장에서 만났는데, 그들이 캠핑장을 떠나던 날 말할 기회가 생겨 이것저것 이야기했었다. 나탈리는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했었기에 한국문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친구였고 이스멜은 모로코인이지만 프랑스 시민권자라 모로코에서 오래 있었던 우리와 이야기가 잘 통했다. (모로코 음식, 문화 등등)


아는 얼굴을 다시 보니 너무 기뻤다. 차에서 뛰어내려 “여기서 다시 만나네!”라고 인사를 나눈 후, 나탈리 이즈멜 차 옆에 주차를 한 후 맥주 한 캔을 꺼내 다카르 도로가 정말 정신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둘 다 저녁을 먹지 않을 것이 기억났다.
역시 나탈리 이스멜도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해서, 다시 만난 기념으로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캠핑장에 있는 경비원 마마두에게 주변에 먹을 식당을 추천해서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걸어가 도착한 식당은… 가격이 비쌌다. 나탈리와 이즈멜도 그렇고 우리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택시를 잡고 졸라프 치킨집을 가보기로 했다.

졸라프 치킨 이야기를 세네갈 여행하던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는데, 세네갈에 있는 치킨 체인점이고 KFC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맛있다고 했다.
안 그래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다카르에 도착한 첫날 이렇게 택시를 타고 같이 나가게 된다니! 기쁘다.
실은 둘이서 여행하면 밤에는 잘 안나가게 된다. 근데 오늘은 머릿수가 4이니! 뭔가 든든하다.
그렇게 택시를 잡아 이스멜이 택시가격을 네고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어가 거의 모국어인 이스멜 덕분에 택시도 쉽게 잡고, 네고까지 쉬워졌다. 그렇게 알맞은 가격을 네고 한 후 다들 택시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니, 에어컨은 당연히 안 나옴…ㅎㅎ
밤이 돼도 더운 온도를 유지하는데 에어컨 없는 택시를 타니 더 덥다. 다행히도 앞쪽 창문은 열어져 있어서 차가 조금씩 움직일 때 바람이 들어오는데… 바람에는 매연과 먼지가 같이 딸려 들어온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차가 갔다가 섰다가 갔다가 섰다를 반복한다. 그와 함께 도로 앞에 툭 들어와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 덕에 더 자주 택시가 멈춘다.

그렇게 택시 안에서 바깥을 보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우리 택시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약간은 움찔했지만 우리 택시 앞으로 길을 건너는 사람인 것 같아 보는데..
조수석 앞에 열린 창문으로 뭔가가 쑥 들어오더니, 쿵하는 소리와 함께 이즈멜이 비명을 지른다.

택시 안이 카오스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뭔지도 모르겠고 나탈리는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한다. 일단 나탈리 어깨를 잡고 나도 같이 나가려고 했지만, 무슨 일인지 몰라 세 명이서 이즈멜에게 “무슨 일이야!! 뭔데 뭔데?” 라며 함께 소리를 지르며 물어본다.

당황한 이스멜은 말을 못 이어가고, 잠깐만을 외친다. 그리고는 문 쪽에 무언가를 찾는다.
택시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뒤에 앉아있는 세명은 (마크, 나, 나탈리) 숨을 죽이며 이스멜이 이야기를 하기만을 기다린다. 1초가 1년 같다.

이스멜이 드디어 한마디를 한다.
“찾았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우리 셋은 무슨 일이냐고 뭐냐고 괜찮냐고 폭풍 같은 질문을 한다.
그러니 이스멜이 열린 창문을 통해서 핸드폰을 훔쳐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쿵 하는 소리에 적잖이 놀랬던 터라, 우리는 괜찮냐고 다친 곳이 없냐고 물어봤다.
하.. 글을 지금 쓰면서도, 그때 생각만 하면 심장이 덜컹한다.

정말 혼란과 카오스였던 터라, 정리해 보면 이렇다.

택시에서 창문이 열려있던 곳은 운전석 조수석이었다.
이스멜은 조수석에 앉았고, 나머지 세명 마크, 나, 나탈리 이렇게 택시 뒤에 앉아있었다.
택시 기사와 이야기하던 이스멜은, 핸드폰을 사용해서 월라프 어를 연습하고 있었다.

이때 이즈멜은 핸드폰을 이 어두운 시간에 사용하는 것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넣어야겠다고 하고 있었는데, 그때 택시가 약간 정차했던 상태였고…
그 열린 조수석 창문으로 누군가 두 손을 쑥 넣어서 핸드폰을 낚아챈 것.
하지만 그 날치기범이 빨리하려다 보니, 핸드폰이 케이스 안에서 빠져버렸고 그 범인은 케이스만 들고 도망가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택시 안에서 소란스러웠던 우리를 본 현지인들은, 밖에서 계속 창문을 올려!! 올려!라고 했고 경찰을 부르라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택시 안에서 그 범인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을뿐더러, 그 사람은 이미 멀리 도망간 상태였다.
경찰은 필요 없다고 택시기사한테 말하고 창문을 끝까지 올린 채로 졸라프 치킨 집에 도착했다. 다들 정말 놀란 상태였던 터라,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렸고 각자 가지고 있는 가방의 지퍼를 몇 번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졸라프 치킨집 안에 들어갔을 때는 나탈리와 나는 손이 떨리고 있었고, 그 충격이 뒤늦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들 방금 당한 일이 너무나 어이가 없고, 핸드폰을 뺏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하지만 그 상황이 너무나 믿기지 않아 입에서는 어이없는 웃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다카르 첫날, 우리는 이렇게 핸드폰 날치기를 경험했다…

그 이후로는, 택시를 타면 무조건 창문을 닫고 만약 창문이 닫힌다면 핸드폰을 사용하고 안 닫히면 창문에서 떨어져서 핸드폰을 사용했다.. 그리고 길에서도 역시, 필요할 때만 핸드폰을 꺼내어서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방에 넣고 다녔고, 주머니에 넣어야 하는 경우라면 지퍼가 있는 바지를 사용했었다.

정말 어메이징 한 세네갈의 여행이다.





모로코를 떠나기 전, 세네갈을 여행했던 캠핑카 여행자에게 자신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 핸드폰 날치기를 당했다고 우리에게 조심하라고 했었다.
근데, 그게 다카르 도착한 당일에 택시 안에서 핸드폰 날치기를 당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우리 핸드폰도 그렇고 이즈멜 나탈리 핸드폰도 비싼 핸드폰이 아니다. (다들 도둑맞을 것을 염두에 두고 중저가 폰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세네갈에서는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이 가격이 있는터라 타깃이 되었던 것 같다. 4명다 비싼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아서 그나마 괜찮지만 문제는 은행이었다. 요즘에는 핸드폰으로 은행을 확인하다 보니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인증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복잡해지기 때문..

이와 함께, 핸드폰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카메라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 세네갈 여행을 할 때 밖에서 영상을 찍어야 한다면 내가 카메라를 드는 게 아닌 마크가 카메라를 들었었다. 힘으로 따지면 마크가 더 쎄기도 하고, 타깃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도 들어서 말이다.

다른 나라로 여행하기 전에 다들 대사관이나 인터넷에 들어가서 치안이나 이런 정보를 전반적으로 알아볼 것이다.
들어가서 보면, 유럽은 파업이나 시위 때 나가지 말고 도난이 빈번히 일어난다 등의 정보가 항상 적혀있다.
물론 모로코도 그렇고 세네갈에 대해서도 도난, 핸드폰 날치기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다.

모로코에서는 핸드폰 날치기 같은 일이 없었다. 약간은 안전한 편이라서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다니거나 카메라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세네갈은 적혀있는 정보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정말 느꼈다. 세네갈을 여행하면서 만난 여행자들 중 대부분이 도난을 겪었고, 핸드폰 날치기도 겪은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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